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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2.08 서비스업에 대한 단상

나는 IT업계에 근무하는데 IT업은 분류상으로 ‘서비스업’에 속한다.
IT 기술을 서비스한다는 게 골자겠으나 실제로는 사람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경우도 흔하다.
직접 정보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고 설명이나 회의는 부지기수고....

오늘 은행을 갈 일이 있었다.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을 인당 50만원 한도 내에서 10% 할인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고 하는 소식을 들어서였다.
전통시장 등에서 이용하면 연말정산 때 도움도 더 된다길래 점심 때 근처 은행을 찾았다.

무슨 일로 왔냐고 친절히 물어봐 주길래 온누리 상품권을 사러 왔다 했다.
앉아서 기다리라 해서 한 10분을 기다렸다.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앞선 사람 업무가 무지 길어서 끝나질 않더라.

내 차례가 되었는데 신분증을 보여 달라 한다.
본인 인증이 되어야 인당 한도액을 팔 수 있다면서 말이다.
모바일로 신분증 보여드리면 안 되냐니까 복사를 해야 해서 안 된다고 한다.

기다린 것도 억울하고 그래서 한마디 했다.
처음에 말씀해 주시지 그랬냐고...
그랬더니 [옆 자리 앉은 행원이] 갑자기 그런다.

“처음에 신분증 없다고 미리 얘기하시지 그러셨어요?”

그 말이 웃는 얼굴로 한 말인데도 기분이 무척 나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은행에 가면서 신분증을 챙겨 가지 못한 내게 1차적인 문제가 있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일종의 ‘건의’ 차원에서도 얘기한 거였었다.
입구에 ‘상품권 구매시 신분증 지참하셔야 합니다’라거나
직원 교육시 그런 고객한테는 미리 확인을 해 준다거나....
그러면 서로간에 시간 손실과 오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초기에 왜 내 직업과 직군을 썼냐 하면, 이 곳에서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IT업을 하는 사람들은 고객의 불만을 짜증나는 이벤트 정도로 치부해 버리는 일이 잦다.
아니, 상식적으로 어떻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지?
이런 것도 모르나? 하면서 속된 말로 뭐 밟았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들은 비 IT인이기 때문에 모를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는 거였었다.

그 이후로 나 역시 조심하고 업무에 임하는 편이다.
고객은 모를 수도 있다, 아니 모른다... 라면서...

내가 은행에 신분증도 없이 불쑥 찾아가 요구했으니 내 잘못이 더 크긴 하지만....
그 옆자리 행원(본인 고객도 아닌데 거들어서 더 기분이 나빴네요)이 보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빈말이라도 “직원들에게 전파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는 정도만 되었더라도 말이다.

진상 고객이 많은 시대다.
사업하는 입장에서도 마냥 손님이 왕이라 생각할 필요도 없고, 사업가도 때론 자신의 기분을 드러낼 수는 있는 거지만
가끔은 기본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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