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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bebell의 다른 이야기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이 글을 읽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은 대재앙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종교관이나 가치관의 상이함과는 별개로 그것은 모두에게 하나의 형벌이자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의미부여와 정리의 단초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곤 한다.

특히 그 재앙이 예고된 것이라 하면 그 공포는 극에 달할 것이며
원치 않는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됨에 따라 그러한 정리는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겠지.


만약 그러한 재앙이 멀지 않은 2012년에 일어난다면?


재난 영화의 거장 롤랜드 에머리히(Roland Emmerich)가 연출한 이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는
감독의 전작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를 잇는
또 하나의 충격적이면서도 사실적인 영상을 선사하고 있다.

다만, 전작들이 재난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전체의 풍경에 집중했다면
영화 '2012'에서는 재난이 발생하는 장면을 롱 테이크로 촬영하듯 쫓아가며 보여주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과 스릴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런 탓에 영화의 포커스가 지나치게 시각효과 부분에 편향된 경향이 있어
메시지가 일관되게 담겨 있던 '투모로우'와 비교해서 시나리오가 약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전작 '투모로우'의 얘기를 잠시 해 보자.


감독은 전작을 통해 인간이 생각없이 소모하고 있는 이 자연이
얼마나 엄청나게 어긋날 수 있는지를 강렬한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상 이변으로 인해 인류가 마련해 놓은 모든 문명들이 짧은 순간동안 모조리 파괴가 되며
그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인류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남게 된다.
마지막 장면으로 나온, 그 어느 때보다 깨끗한 모습의 지구 모습을 보면
자연의 자정작용 앞에서 인류의 문명은 어떤 의미에선 공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하곤 한다.
감독은 전작 '투모로우'에서도 이러한 이야기들을 사실적인 영상을 통해
'봐라, 더 이상 지체하면 늦는다'라는 메시지를 수차례 강조하고 있었다.

자연에 대한 감독의 이러한 견해는 영화를 거듭하면서 보다 명확한 하나의 문장으로 발전해 간다.


'사람은 큰 재앙 앞에서는 이기적이 되지만, 그 순간에도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망각해선 안된다'


인간의 파괴 욕구, 자연을 소모하는 행태, 의사소통의 단절 등 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러한 위기 앞에서의 '인간성' 상실이라고 말하고 싶었으리라.
거부할 수 없는 어떤 운명이 다가온다 할 지라도 그것이 마지막은 아니며
오히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간다움을 잃는 날이, 그 날이 정말로 인류의 마지막이 될 거란 뜻이다.

감독이 보여줬던 다양한 재앙(외계인의 침략, 기상 이변, 지각 변동)은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이 현재까지 가지고 있는 기술로는 대처할 수 없는 것들이다.
마지막이 예고되어 있을 때 우리가 가져야 할 모습이 무엇일까?
감독은 재난 블록버스터들을 통해 단순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답게 마무리하는 것, 또는 인간답게 서로 의지하면서 생존하는 것.
그 두 가지가 우리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답일 것이다.

메시지가 너무 블록버스터에 의해 버무려졌다고 폄하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너무 극적인 영상들을 통해 흥미 위주로만 영화를 풀어 나갔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도 솔직히 전작 '투모로우'에 비해 흥미로운 요소가 강화된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한 번쯤은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후의 순간이 온다면, 당신이 끝까지 지킬 것 중에서
과연 '인간다움'은 포함이 되어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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