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보다 10분 늦은 출근.
서둘러 간 버스 정류장 앞 도로는
무슨 이유에선지 몰라도
평상시 보이지 않던 정체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
저 멀리 내가 타야할 버스가 오고 있는지 살펴봐도
금세 올 것 같지 않은 나의 희망사항.
한참을 기다려서야 도착한 버스에 올라서려는 찰나,
내 뒤에 있던 한 여자가 나를 밀쳐 내고 나보다 먼저 버스에 올라탄다.
얼마나 급해서 나를 그렇게 밀쳤을까.
만원 버스 안은 서둘러 올라타서 앉을 자리도 없었는데...
힐끔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내가 뭘 어쨌다고' 내지는 '뭘 그렇게 기분 나쁘게 쳐다 봐?'라고 말하는 것 같아
나 역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몇 정류장 지나지 않아 올라 탄 어떤 아주머니는
안 그래도 서 있기 힘든 내 옆 공간으로 애써 비집고 들어 온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명당도 아니고, 다른 자리에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닌데
마치 나에게 일부러 불편함이라도 주려는 듯....
버스 안을 채운 퀴퀴한 냄새는
짐작건대 어느 여자가 머리를 하고 나서 며칠 머리를 감지 못한 듯한 냄새인 듯 싶다.
이해는 하지만 몸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불쾌한 냄새.
몇 정류장을 지나 자리에 앉았다.
냄새가 싫어 창을 열었는데, 뒷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갑자기 내 앞 자리에 앉더니
내가 방금 연 창문을 아무 말 없이 드르륵 닫아버린다.
어이 없는 기분에, 난 불쾌함을 표시하듯 다시 창문을 드륵 열어버렸다.
그 남자가 말한다.
'제가 추워서 그러는데 뒷쪽의 창문을 열면 안 될까요?'
뭐, 그러라고는 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렇다면 뒷쪽 창문이 닫혀 있었는데 굳이 왜 내 앞자리로 와서 내가 열어놓은 창문을 닫는 것인지?
이런 저런 생각이 자꾸만 얽히다보니
아침부터 스트레스가 쌓여만 갔고
내 가슴 속 한가득 불쾌한 감정이 차 올랐다.
순간
생각했다.
'하루의 시작을 이렇게 하긴 싫어.
이 감정을 끊어야겠다'
어떻게 생각하든, 나 혼자만의 손해인 것이다.
불쾌함은 내게는 백해무익.
난 즐거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10분 늦게 출발했지만, 평소보다 붐비는 길을 슬기롭게 주행하는 운전기사님 덕분에
지각을 면하게 된 것도 다행이었고
며칠 비가 내려서 회색빛이던 아침 하늘이 맑게 개인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내 귀에서는 답답한 내 기분을 달래 주는 흥겨운 음악이 나오고 있었고
지난 토요일날 주인 없는 사무실에 배송된 음악 CD 두 장이 날 기다린다는 생각에
갑자기 즐거워졌다.
한 순간의 생각 차이.
그것이 나를 이렇게, 또는 저렇게 흔들고 있었다.
생각에 내가 휩싸여 흔들리기보단
내가 생각을 흔들도록 하자.
그것이 나의 선택이었다.
그 선택 덕분에
난 별 거 아닌 일들로 최악의 월요일이 될 수도 있었던 오늘 아침을
다행히 별 탈 없이 잘 넘길 수 있었다.
다행이다.
나에게, 그리고 내게 행복을 준 요소들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