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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bebell의 다른 이야기들.

선물

2009. 12. 23. 09:32


오늘 퇴근길에 버스에서 한 커플을 보았다.
둘은 이야기를 하느라 내내 행복한 얼굴이었고
남자는 여자의 가방까지 두 사람 몫의 가방을 메고 있었다.
다정한 모습이었으며, 또한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그 커플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남자가 뒷짐을 진 손을 바쁘게 놀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손에는 작은 갈색 상자가 들려 있었으며, 대강 보기에도
그 상자는 화장품이나 작은 장식품 정도가 들어가기 좋은 크기였다.

그랬다.
그것은 여자의 선물이었으며 남자는 여자 모르게 뒤쪽으로
반대편 어깨에 걸린 여자의 가방에 그 상자를 몰래 넣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남자의 시선이었다.
그의 한 손은 몰래 선물을 넣기 위해 무척이나 힘겹게 몸부림을 치고 있었지만
그의 부드러운 시선은 줄곧 한 곳만을 향하고 있었고
그것은 다름 아닌 여자의 두 눈이었다.
깜짝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던 그의 눈빛에는 많은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그 선물을 뒤늦게 집에 도착해서야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기뻐할 여자를 상상하며 즐거워하는 감정,
선물을 고심해서 고르고 전해주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느꼈을 뿌듯한 마음.

그러나 무엇보다 그 남자의 시선에는 그 여자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 마음속에는 여자의 행복을 위해 크고 작은 것들을 배려하는 마음과
늘 상대방을 그리워하며 관심의 기준으로 삼는 그런 마음이었다.

그 마음은 두말할 것 없이 '사랑'이었다.

연말이 다가온다.
그리고 연초도 다가온다.
우리들은 또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을 전해주며 서로의 마음을 표현할 것이다.

그 모든 선물 속에는 서로를 향한
한가득 사랑이 담겨 있기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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