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2009년에서 2010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이
내겐 너무나도 길었다.
처음으로 내가 온 몸을 덜덜 떨었던, 정말 추웠던 겨울이기도 했지만
그건 단지 몇년동안 최저의 기온을 기록했던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몸이 지쳐간 것은
마음이 이미 지쳐버린 후부터 시작되었다.
그 때까지는 어찌 어찌 버텼으나
이후로는 포기했떤 것 같다.
쉽게,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살고 싶었고
행동하고 싶은 대로 했다.
그 결과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욕구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멍하니 있던 시간이 많았으며
활동적인 생활을 하지 못해서 몸이 둔해진 면도 있다.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자신을 잡아먹으며 점점 어디론가 사라져 가고
그 무서운 흐름의 끝에
봄이 따라왔다.
아직 겨울이 마냥 익숙하고
그 익숙함의 참호 속에 숨어 지내고 싶던 나는
갑작스레 찾아온 햇살과, 조금은 따뜻해진 공기에
낯설어 해야만 했다.
뭔가 변화를 위해 노력도 했고
현 상황에 대한 불평을 그만 두어야 겠다는 생각도 했으며
내 머리속에서 활개를 치며 돌아다니는 이놈의 생각들을
어떻게든 억제해 보려고도 무지 노력해 왔었다.
지루하고 평범하고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사건들은 끊임없이 존재했고
그 사건들 속에 정신을 팔다 보니
어느새 잔인한 4월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행복해질 시간.
이제는 나를 찾을 시간.
앞으로 곧게 뻗어 있는 길을 바라보며
조금은 즐거운 마음을 누릴 시간이다.
가자.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