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지만
타인을 지나치게 신경 쓰고 배려하다 보면
정작 내 자신의 기분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선이 바깥으로만 향하다 보니
정작 안쪽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탈진.
전지가 방전되듯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에너지들이
일순간 바닥을 드러내는듯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도 생채기가 나고
작은 일에도 털썩 쉽게 주저 앉는...
그럴 때마다
누군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거두절미하고, 그 앞에 털썩 주저앉아서
나 힘들다, 지친 것 같다, 위로해 달라, 그렇게 얘기해도
그 두서없는 얘기는 뒤로 하고 가만히 토닥여 줄 사람.
중요한 건, 내가 그런 것들을 원할 땐
늘 내 주변에 나와 같은 사람이 있었기에
내가 손을 내밀어 그를 안아줬다는 사실이다.
전에는 이런 일이 다가왔을 때 어떻게 극복했을까.....
생각해 보니, 그 때는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고 생각하며 지나갔으나
돌이켜 보면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독기 덕분이었던 것 같다.
'아무도 날 위로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
난 이 정도로 쓰러지지 않아.
버티고 견딜거야'
지금 또 내게 필요한 것은 독기일까.
입술 꽉 깨물고서, 지금 입가에 머금은 핏기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교환해야 하는 최소한의 댓가라고 되뇌이며
다시금 버티면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