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응어리'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좋은 경우에 쓰이는 경우도 거의 없을 뿐더러
동양만이 가지고 있다는 특유의 '한(恨)'이란 사상이 가득 들은 단어 같아서
더더욱 더.
결혼 하고 아이들 낳아 건강하게 잘 기르면서
아내와 알콩달콩, 평범하지만 예쁘게
그렇게 잘 살면
걱정거리는 하나도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삶은 기차가 지나고 나면 다음 기차가 오듯이
줄줄이 사탕처럼 문제를 잔뜩 달고 나타난 다음 걱정거리들이 찾아오기 마련이고
육아와 회사 생활을 병행하다 지쳐 버린 몸과 마음 탓인지
내 마음 속에도 그런 '응어리'들이 생기는 듯 하다.
독하고 이기적이었더라면,
그래서 아무런 걱정 없이, 나만 배부르면 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면......
가끔은 그렇게 못된 생각도 해 보고
때로는, 그렇게 사는 게 건강하게 사는 건가 후회 아닌 후회도 해 본다.
이기적인 내가 되는 게 최종 소원은 아니다.
다만, 이 응어리를, 매번 내가 나서서 어떻게 해야 없어지는 게 아니라
봄 꽃에 기침 잦아들듯, 사춘기 지나고 얼굴의 흉들이 사라지듯 그렇게
좀 저절로 풀렸으면 하는 바램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겠지.......
또 언젠가는 어떻게든 기운을 짜 내어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풀리는 거겠지.
지쳐.
힘들어.
행복한데 힘들어......